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조건이 맞으면 대안이 됩니다. 그러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시간만 잃습니다.
2025년 1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가로주택정비사업 209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현장은 23곳입니다.
조합설립까지 마쳤지만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업지가 절반을 넘습니다. 절차가 빠르다는 장점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멈춰버린 곳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단지가 이 사업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1.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생겨난 이유

서울 저층주거지의 80% 이상은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노후 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해 있지만 구역이 작거나 기반시설 여건이 달라 일반 재개발·재건축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들입니다.
이런 곳을 위해 2012년 도입된 것이 가로주택정비사업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기존 도로 체계를 그대로 두고 도로로 둘러싸인 블록 단위로 소규모 정비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정비구역 지정도 없고 추진위원회도 없이, 조합설립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도 동시에 처리됩니다. 이론상 빠르면 3~5년 안에 입주까지 가능한 구조입니다.
실제로 2015년 착공해 2017년 12월 준공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다성이즈빌’은 3년이 채 안 걸린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2. 그런데 왜 현장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을까?

속도와 간소함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실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동의율입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 75% 이상, 토지면적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법 개정으로 기존 80%에서 7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오래된 저층주거지일수록 소유자가 다양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건물 한 채에 여러 명의 소유자가 얽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 번째는 사업성입니다.
사업시행구역이 1만㎡ 미만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수익 구조가 취약합니다. 용도지역에 따라 최대 15층까지만 건축이 가능하고, 기존 도로를 확장하거나 기반시설을 바꿀 수 없어 주변 환경 개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형 사업지와 비용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수익은 적으니, 건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규모 사업을 기피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세입자 문제입니다.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세입자에 대한 법적 보상 기준이 없습니다.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사업이 멈춥니다.
서초구 양재동 풍림현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23년 11월 조합을 설립했다가 16개월 만에 해산했습니다. “건설사도 적극적이지 않고, 규모도 작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해산 이유였습니다.
3.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쓸 수 있나?

세 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재개발·재건축이 불가능한 소규모 노후 저층주거지이고, 주민 의견이 충분히 모여 있으며, 모아타운으로 묶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입니다.
특히 마지막 조건이 중요합니다. 개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규모가 작아 사업성이 낮지만, 인근 구역과 모아타운으로 묶이면 단지화 효과가 생기고 기반시설 확충도 가능해집니다. 서울시가 모아타운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도 가로주택정비사업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구역이 지나치게 작거나, 소유자가 분산되어 동의 확보가 어렵거나, 시공사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입지라면 시간과 비용을 쓰고도 착공까지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지역, 어떤 방식이 맞을까요?
재건축이냐, 가로주택정비사업이냐, 모아타운이냐. 정답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같은 노후 저층주거지라도 면적, 노후도, 소유자 구성, 인근 사업 현황에 따라 최적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시작 전에 우리 구역이 어떤 요건에 해당하는지, 사업성이 나오는 구조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닥터빌드에서는 소규모 정비사업 방식 선택부터 단계별 실무 정보까지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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